니콘 ZFC 또는 ZF를 F3와 같은 룩으로 꾸미는 방법
카메라를 손에 쥐어본 때가 언제였지?
기억이 맞는다면 2003년 말 즈음이었다.
그때 내 손에 들린 첫 카메라는 니콘 쿨픽스 995였다.
내수용(그립부에 보라색으로 포인트가 들어감) 이었다.
카메라 브랜드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니콘은 특히 우리나라에 좋은 브랜드는 아니었다
(카메라 브랜드들 대부분 전쟁통에서 아주 멀리 포탄을 쏘기 위해서 관측용으로 시작한 경우들이다)
니콘은 1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2024년에서 100년을 빼면 1924년, 우리나라와 일본은 합병 관계였다.
그리고 1941년에는 태평양전쟁이 일어난다.
전쟁 특수로 성장한 브랜드 중 하나가 니콘이다.
군수기업이었던 니콘은 일본의 전쟁 범죄에 한몫한 전범 기업이다.
(이걸 뒤늦게 알아버린 내게 욕을 하자)
100년의 역사만큼 니콘은 필름 카메라 시절 독보적인 지위를 자랑했다.
지금이야 소니 천하에 캐논이 이인자 하는 상황이지만,
라이카 미만 잡것들 바로 자리 잡고 있던 브랜드가 니콘이었으니까.
아무튼 니콘의 역사상 중요한 카메라는 크게 기계식인 FM과 F3로 나눌 수 있다.
FM 시리즈는 기계식 카메라의 대표가 되었고(특히 FM2) F3는 플래그십 카메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한 모델이다.
특히 F3에는 이후에 생산된 니콘 카메라에 시그니처가 돼버린 디자인 특이점이 존재했는데,
바로 이것이다.
바로 '빨간색 포인트'
이 포인트는 이후로 니콘의 상징이 되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보디에 붉은 포인트 말이다.
마치 북산의 색이 시카고 불스의 색인 것처럼 감히 다른 브랜드 어느 누구도 따라 하지 못한 특이점이 되었다.
이 전통은 꾸준히 이어졌다.
미러리스로 체제가 바뀐 뒤로도...
나는 예쁜 카메라를 좋아한다.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못생긴 카메라는 좋아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제갈량과 반대인 셈이다.
못생겼지만 현명한 아내를 택한 그와 달리 나는 현명하지 못해도 예쁜 카메라를 좋아했으니까.
성능이 돈값을 못하지만 예쁘다는 이유에 방점을 찍고 선택한 후지필름처럼 말이다.
이렇게 미학적인 탐닉에 새로운 자극을 준 카메라가 바로 니콘 ZFC다
마치 기계식 SLR 카메라의 왕자 FM2가 디지털화된 것 같은 모습이었으니까.
부족한 점(특히 렌즈)가 여럿 있었지만 나는 결국 ZFC를 손에 넣었다.
손에 들어본 ZFC는 생각만큼 만족스럽지 못했다.
특히 마치 장난감 같은 마무리는 택배가 도착한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팔자'는 마음을 일으켰다.
다행히도 '불효자'컨버터를 이용해 후지 렌즈를 마운트 하면서 ZFC는 겨우 내 손에 머물 수 있었다.
(진심 Z 렌즈들 못생겼다)
그래도 좀 부족했는데 인터넷에서 본 사진 때문이었다.
오 마이 갓!!
중국의 한 업체가 니콘 F3를 모티브로 한 케이스를 선보인 것이다.
이것이 힌트가 되어 수소문한 끝에 ZFC를 니콘 F3처럼 보이게 할 수 있는 액세서리를 찾았다.
아마존에 입점되어 있는 Neewer 사의 CA076 그립이다.
(알리에는 ZF 용이 입점되어 있고 ZFC 용은 없다.)
전광석화처럼 카드를 긁어 질렀고, 오늘 왔다.
(가죽케이스보다 싸다)
오른쪽은 본디 착용 중이었던 JJC 그립. 그리고 왼쪽은 오늘 도착한 Neewer CA076 그립이다.
지금까지 JJC 그립이 입혀져 있던 니콘 ZFC가 너무나 못마땅했는데 완벽히 반전되었다.
넘나 예쁘다.
넘나 예뻐 지릴 지경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필름 룩 아닌가!!
너무 기뻐 춤을 추련다.
고공행진 중인 환율을 생각해도 넘나 잘한 결정이다.
그러니 니콘 ZFC에 F3 룩을 해주고 싶은 분들에게 권한다
Neeser CA076 그립 꼭 사라
다른 거 사지 말라
(쓰던 JJC 그립 헐값에 팔아버릴 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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