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커뮤니티의 명절이라 불리는 애플의 WWDC(Apple 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가 지난밤에 있었다.
매번 이맘때면 열리는 WWDC는 애플이 신제품을 선보이는 행사이기 때문에 세계의 이목이 몰린다. 사람들 관심이 쏠리는 행사인 만큼 허탈한 해도 있고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던 해도 있었는데 2023년은 김빠짐과 열광의 중간 정도였다고 하겠다. 이번 행사에서 단연코 이슈의 중심에 선 신제품은 애플의 첫 VR 기기인 Apple Vision Pro(애플 비전 프로)이다. 하지만 내 관심사는 당장 출시되지 않는 애플 비전 프로보다는 함께 공개된 15.3인치의 애플 맥북 에어 신형이다.
나는 대학 캠퍼스에 돌아다니던 시절부터 휴대용 랩톱에 관심이 많았다. 요즘에야 고기 두 근정도 되는 랩톱은 흔해졌지만, 2003년은 아니었다. 3kg 정도인 랩톱이 보통이었고 벽돌 같은 어댑터에, 하드디스크가 들어가서 조심스럽게 들고 다녀야 했던 시대였다. 그런 세상에서도 제법 가지고 다닐만하던 랩톱이 있었다. VHS 테이프만 하던 도시바의 리브레또, 파나소닉의 레츠노트, 소니의 바이오 Z 등이었다.
컴퓨팅 기술이 발달하면서 애플에서도 휴대하기 좋은 랩톱을 선보였는데 2008년에 등장한 ‘맥북에어’가 그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맥북에어를 서류봉투에서 꺼냈다. 그만큼 가볍고 얇다는 점을 보여줬다. 실제로 맥북에어는 당시 기준으로 가장 얇고 가벼웠다. ‘울트라 씬’ 랩톱 카테고리를 연 장본인이 되었다. 맥북에어가 출연한 이후 다른 브랜드에서도 비슷한 사양의 랩톱을 선보이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당시 맥북에어는 훌륭한 제품은 아니었다. 요즘과는 달리 하드디스크가 들어가 있었고 성능은 맥 OS인 OSX를 돌리기에도 버거웠다. 심지어 품질 문제가 상당했다.
국내에 맥북에어가 출시되자마자 구입했는데, 책상 위에 올려놨을 때 균형이 맞지 않는 문제 그러니까 랩톱 하판이 뒤틀려있는 상태였. 하지만, 문제없다고 교환받을 수 없었다. 이외에도 디스플레이 힌지가 너무 헐겁다거나 하는 문제들도 있었다. 이 정도면 애플의 흑역사 중 하나가 될법했지만, 점점 안정된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 증거로 내 집에는 2012년식 맥북에어가 멀쩡하게 작동되며 실사용에도 문제가 없다. 그리고 2023년에도 맥북에어 시리즈는 여전히 건재하다.
특히 이번 2023 WWDC에는 지금까지 맥북에어와 다른 맥락을 걷는 신제품이 공개되었는데 바로 15.3인치 모델이다. 15인치 급 맥북에어가 나오리라는 전망은 이전부터 있었다. 애플 실리콘 프로세서(M 프로세서)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뒤에는 더했다. 14인치 이상의 화면을 가진 맥북은 맥북프로 계열(과거에는 15, 16, 17인치 등이 있었고 현재는 14인치와 16인치가 있다) 뿐이었는데, 무게는 약 1.6kg에 배터리는 거의 3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었다.(스팩상 더 쓸 수 있지만, 인텔 프로세서의 한계랄까?) 나는 2018년식 15인치 맥북프로를 가지고 있다. 15인치의 큰 화면은 작업하기에 좋지만, 3시간을 채 버티지 못하는 배터리는 늘 고민거리였다.
M 프로세서가 나온 뒤에는 배터리 성능 문제가 해결되었다. 새로운 맥북에어는 조금 과장해서 10시간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M 프로세서가 올라간 맥은 디지털 노마드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랩톱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화면 크기였다. 맥북에어의 스크린 크기는 13.3인치다. 2000년 중반부터 쓰인 고전적인 소형 랩톱의 화면 크기다. 아주 작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결코 크지 않다. 가벼운 문서작성이나 업무 등을 보는 데는 손색이 없지만, 여러 앱을 띄워놓고 작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답답할 수 있다. 내게도 이점은 불만이어서 13인치 맥북에어를 쓰다가 결국 14인치 M1 맥북프로를 사용 중이다. 화면이 더 크면 좋았겠지만 최신 맥북프로는 16인치가 제일 큰 모델이다. 무게가 2.16kg나 되다보니 정장을 입고 휴대하기는 쉽지않다. 그래서 성능과 화면 크기의 타협을 보고 14인치 모델을 사용 중이다.
이번에 공개된 15인치 맥북에어는 14인치 맥북프로보다 큰 화면에, 배터리는 더 오래간다. 내가 하는 일은 맥북프로의 성능을 모두 끌어낼 필요가 있는 일은 아니다. M1 맥북에어 기본형으로도 충분한 일들이다. 그러니 15인치 급 맥북에어의 매력은 내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화면이 더 크고, 배터리도 더 오래가며 성능도 충분하니 말이다. 무게는 15인치 맥북에어가 약 100g 더 가볍다. ‘에어’라는 수식어가 적절한지 의문 이지만 살다 보면 ‘공기가 무겁게 느껴질’ 때도 있으니까. 그러려니 한다.
15인치 맥북에어 가격은 기본형 기준 189만 원이다. 기본형은 8gb 램에 256gb SSD가 장착되어 있다. 램 업그레이드는 최대 24gb, SSD는 최대 2tb까지 지원한다. 이전에 출시한 13인치 모델처럼 구매할 때 신중히 고민할 점이다. 주로 가벼운 작업을 한다면 기본형을 권한다. 기본형 모델이 내 2018년식 맥북프로보다 성능이 낫다. 전문적인 개발이나 영상, 음악, 사진 작업을 주로 한다면 최소 16gb 램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다만, 램 업그레이드를 할 경우 200만 원이 넘어가는데, 꼭 15인치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면 구형인 14인치 m1pro 맥북프로를 권한다. 기본형이 16gb 램과 512gb SSD를 탑재하고 있고 성능은 신형 에어보다 낫다. (내가 쓰고 있는 모델이다) 이 업그레이드 문제는 에어와 프로 사이에서 갈등을 일으킬 점이다. 애플 랩톱 중에서 낮은 지위인 맥북에어에 맥북프로를 구입할 수 있는 200만 원 가량의 비용을 지불하기란 쉽지 않을테니 말이다.
'그럼 현행 맥북프로하고 어떤 차이가 있는 거죠?'라며 궁금해할 수 있는데,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스크린이다. 맥북프로 계열에는 애플 리퀴드 레티나 XDR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어 있다. 맥북에어에는 리퀴드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어 있다. 말장난 같아 보이지만, 색재현력과 깊이 표현에서 차이가 제법 난다. 그래픽 작업 혹은 사진 작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래도 XDR 디스플레이가 좋을 것이다. 즉, 이런거 따질 사람이 아니라면 맥북에어만으로도 충분하다. 게다가 맥북에 들어가는 스크린은 윈도우즈가 탑재되는 비슷한 급의 랩톱보다 품질이 좋다.
15인치 맥북에어가 공개된 뒤로, 잠시 고민에 빠졌다. ‘14인치 맥북프로를 팔아야 하나?’ 싶었다. 지금까지의 결론은 ‘아니!’다. 집에서 메인 컴퓨터로 쓰는 2018년식 15인치 맥북프로가 제법 나이를 먹었기 때문이다. 아마 내후년 정도면 OS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내 14인치 m1pro 맥북프로는 배터리만으로 최대 8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으니 휴대용으로 충분하다. 결국 15인치 맥북에어를 쓸 날은 아무래도 2세대 이상 신모델이 나왔을 때가 아닐까 싶다. 정리해 보면 이런 사람에게 15인치 맥북에어를 권한다
"큰 화면이 필요한데 배터리도 오래가고, 가지고 다닐만한 맥을 찾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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