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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과거 기록] 여행, 바이크- 코멧650으로 제주도 가자! 1편

*이 포스팅은 과거에 운영하던 네이버 블로그에서 옮겨온 포스팅입니다. 

*과거 작성 시점 2011년 9월 15일 7시 44분


 

 

탐라국 방문 작전

자기 계발서를 보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구절이, '생각났을 때 실행하라' 다.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을 때 실행에  옮기지 못하면, 금세 잊히거나 없어지니 빨리 해치워라'는  소리인데 아마도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뜨끔할 거다. 뭔 소리냐고? '치워야지'라고 생각해 놓고 며칠째 그대로인 뭔가가 당신의 방안 어딘가에 있을 텐데? 

 

각설하고, 제주도를 다녀온 지도 거의 한 달이 넘어갔으면서도 늑장을 부리다 이제야 후기를 올리게 되었다. 나태함과 싸워 이겼어도 성공했을 텐데...라는 생각이 뇌수를 스친다.

 

이번 제주여행은 의미도 있었고 의외의 경험도 할 수 있었다. 3월에 바이크 슬립 사고로 발목이 부러진 이후 처음 장거리 주행이었으며, 처음으로 나가는 장거리 숙박 여행이었고, 커플에서 싱글로 전환 이후 첫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자라오면서 숙박을 하며 여행 가는 걸 별로 즐기지 않은 터라 여행 경험이 없었기에, 어떻게든 이번에 쉬는 동안 여행 경험을 쌓기 위한 다짐에 부합하기도 했고, 우울증을 앓은 뒤 내 인생의 방향을 잃은 뒤 생각 정리를 하기에도 좋았던 여행이다. 아쉽게도 뭔가 답을 얻은 건 아니지만 말이다.(답을 얻으려면 미야모토 무사시처럼 무사수행을 다녀야 할지도...)

 

이번 여행은 준비부터 거창했다. 기획자 아니랄까 봐 여행 전부터 여행 기획안을 잡고, 준비물과 여행을 실행에 옮기는 체크리스트까지(-_-a) 내 습관이자 장점이자 문제점일 수 있는 '거창함'이 초반부터 배어나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런 성격 때문에 여행을 지금껏 제대로 다녀보지 못했으리라. 

 

거창하게 준비하면서 '이래선 홀가분하게 다녀오긴 힘들겠다'라는 생각에 무작정 출발 날짜를 잡고, 배편을 예약하고 여행을 실행에 옮겼다. 그제야 여행이 구체적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역시 사람은 목표를 세워두고 저지르고 수습하는 게 일 진행을 위해서는 적절하게 생각된다.

 

 

이번 여행은 일주일간의 일정으로 사흘 기준 이틀 야영, 하루 모텔 숙박으로 수면 계획을 잡아 실행에 옮겼다. 야영이라는 이유로 간단한 야영 장비가 필요했고, 일인용 텐트와 간이 의자, 자충식 매트 그리고 외로움을 달래줄 여행용 기타까지 정말 거창(?) 하게 준비물을 꾸렸다. 바이크로 움직이는 주제에 짐이 참 많아져서 사진에 보는 것처럼 짐이 한가득이다.덕분에 여행 갈 때는 짐을 최소로 꾸려라라는 교훈도 얻었다.

 

 

양 사이드 백에는 바이크용 장비들이, 그 위에 가로로 얹어진 더플백에는 텐트와 야영 정비, 옷가지와 기타들이 있다. 한눈에도 무거워 보인다-

 

 

 

바이크는 3월에 사고 이후 건강을 회복한 내 애마 코멧 650N이다. 사고 당시 대파가 아니고 전륜과 엔진 드레인 볼트의 경미한 파손뿐이었기 때문에 수리 의뢰 3일 만에 건강하게 돌아온 녀석이다. (중고 판매를 의식한 칭찬이 아니다. 오일 한 방울 새지 않고 가다 서지 않는 착한 녀석이다. 7살이라 그런가..-_-a)

 

125cc 바이크로도 전국 투어는 할 수 있기 때문에 650cc 배기량이 여행에 부족할 리는 없고, 오히려 뒤에 얹은 짐과 내 몸을 지탱하기엔 충분했다. 여행을 위한 복장은 그래도 미들급 바이크를 타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부츠와 프로텍터가 있는 재킷 등,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최대한 준비했다. (사고 한번 나 봤기 때문에 이런 건 거의 몸에 붙어 다닐 지경)

 

 

 

익히 알려진 것처럼 제주 여행을 위한 코스는 배편을 기본으로 한다. 제주로 들어갈 수 있는 배가 출항하는 인천, 목포, 완도, 부산 등지는 이미 잘 알려진 코스다. 나는 이중 최근에 여객선이 취항한 '평택항'을 선택했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만큼 가까운 인천이 우선 대상이었겠지만. 성수기라 표를 구하지도 못했고, 평택항 쪽은 취항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깨끗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평택항을 선택했다. 여기에 제주에서 가장 가까운 완도도 고려 대상에 있었지만. 완도까지 내려가는 길에 몸이 먼저 축날까 봐, 평택항으로 노선을 돌렸다. 객실은 2등급 2층 침대실을 선택했고(7만 원 정도) 바이크 선적도 의뢰했다. 요즘 꼼수가 유행이니 나도 꼼수를 소개하자면 평택항은 바이크 선적 시 배기량을 확인하지 않는다.

 

서울에서 평택항까지의 코스는 어렵지 않다. 약 50킬로미터(기억이 정확지 않다)를 달려 도착한 평택항은 그야말로 한적한 분위기. 제주발 여객선이 취항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번화가에서 꽤 떨어진 곳에 있어서 조용하기도 하다. 

 

 

-이날 생각보다 일찍 평택항에 들어가게 돼서 사진 좀 남겨봤다. (마침 멀리 서해 대교가 보이기도 했고)-

 

 

 

 

 

 

 

평택에서 승선한 배의 이름은 세창해운의 '코델리아 호' 얼마나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지 수치적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꽤 크고, 깨끗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코델리아 호 정도면 꽤 깨끗한 배였다.)

 

 

세창 코델리아 호

 

 

화물 선적이 늦어져 추한 시간인 7시보다는 늦은 7시 20분 정도에 출항했다. 배가 크기 때문에 흔들림은 없었지만 선박 엔진 특유의 진동 때문에 살짝 멀미 기운이 도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예민한 사람이라면 멀미약을 권한다. 적어도 잠을 편히 잘 수 있다. 잠시 갑판에서 본 바다 풍경을 보자.

 

 

 

 

 

 

 

 

 

 

 

코델리아 호 내부에 있는 식당은 추측건대 CJ 푸드 같은 업체에서 입점한 것 같다. 깨끗하고 비교적 잘 꾸려진 식사는 허기를 달래기 충분 했고, 배 내부가 깨끗해서, 식사 분위기도 좋았다. 이런저런 부대시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목욕탕인데 배 내부에 정말 대중목욕탕 같은 목욕탕이 남녀 모두 설치가 되었고, 뜨거운 물도 콸콸 나왔다. 욕조에 물을 받아 놓진 않았지만 깨끗하게 씻고 배에서 하루를 보내기엔 정말 좋은 시설이었다.(제주에서 부산으로 올라오는 배는 이런 게 없더라...)

 

 

 

 

 

 

운이 좋아 2등실 이층 침대에서 잠을 자게 되었는데(3등실은 다다미 같은 큰 방에서 수십 명이 함께 잔다.) 내 한 몸 들어가기도 충분하고 에어컨도 잘 나왔으며, 짐 놓기에도 수월했다. 다만 배의 진동 때문에 멀미 기운이 생겨 잠을 제대로 못 잔 것만 빼고 말이다. 

 

 

 

 

 

 

밤에 맥주 한 캔을 마시고 잠이 들다가 깨 보니 창밖이 밝아오더니만 새파란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바다 한가운데에 떠있었지만 제주에 거의 다다르고 있다는 소리인지 하늘도 바다도 맑은 감록 색 빛 그 자체였다. 그럼 잠시 바다 사진 좀 보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