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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것

[과거 기록] 잘 타야지 죽지 않는다. 두카티 몬스터 695시승기

 


*이 포스팅은 과거에 운영하던 네이버 블로그에서 옮겨온 포스팅입니다. 

*과거 작성 시점 2015년 6월 2일 20시 00분


 

슈트는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 알맞다.

세단은 안락한 승차감을 원한다면 적당하다. 조깅을 위해서는 러닝화를 신는 것이 좋다. 이렇게 세상의 많은 물건들은 저마다 용도에 맞게 만들어져 팔린다. 간혹 여러 가지 상황에 적합한 물건들도 있지만 보통은 탄생 목적을 얼마나 만족시키느냐에 따라 제품의 질을 평가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내가 타본 바이크 브랜드 중 ‘두카티’는 바이크의 본질인 ‘달리는 쾌감’을 가장 역동적으로 느낄 수 있는 브랜드였다. 

 

 

-장화의 나라 이탈리아-

 

 

이탈리아반도에서 살아가는 라틴족은 우리나라 민족과 성향이 비슷하다고 한다. 반도 국가의 성향인지 모르겠지만. 유쾌하고 활발하며 수다스럽다. 나가 놀기를 좋아하며 급하다.(혹시 몰라 남기는데 이런 선입견은 이원복 교수의 먼 나라 이웃나라 6권 탓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탈리아의 제품들은 하나같이 섹시하다. 페라리가 그렇고 람보르기니가 그렇다. 하지만 섹시한 기계를 꼽으라면 두카티를 따라올 것은 없을 것이다. 치명적인 이탈리안 레드의 유혹, 두카티에서 빚은 ‘두카티 몬스터 695’는 안전하고 편안한 BMW 바이크를 타던 내게 살 떨리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바이크다.

 

 

-두카티의 네이키드 바이크 몬스터 695, 멧 블랙 모델이고 뗴르미뇨니 머플러가 들어갔다-

 

 

 

두카티 몬스터 695는 흔히 말하는 네이키드 바이크다. 원형 헤드라이트에 날렵한 기름통과 L형 2기통 엔진을 심장으로 가졌다.  작고 가벼운 몸체에 강력한 토크를 가진 엔진이 달려 있어, 스로틀을 잘못 감으면 하늘로 치솟을 수도 있다. 그리고 별다른 라이더 보조 장비가 없다. 트랙션 컨트롤은 물론 ABS도 없다. 바이크를 다루는 것은 오직 라이더의 몫이다.

 

 

 

 

-몬스터 695의 계기판에는 레드존이 없다-

 

 

 

난폭한 말과 같은 두카티 몬스터는 숙달되지 않은 라이더를 땅바닥으로 내동댕이 치곤한다. 안타까운 사고가 유독 두카티 바이크에서 자주 보이는 것은 바이크의 특성을 대변하는 것이리라. 나는 무광 블랙의 두카티 몬스터를 가지고 있었다. 엔진 점화에 문제가 있어 다소 짜증 나는 일이 있었지만, 주행 재미만큼은 일품이었다. 재미있게 탔던 야마하 바이크가 ‘응 재미있네’ 였다면 두카티는 ‘우와!!! 죽인다!! 이러다 죽겠다’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만큼 아드레날린이 솟게 만든다. 반대로 BMW 바이크는 ‘음 죽지 않겠군’ 같은 마음이 들었다.

 

 

 

-라이더의 피를 끓게 하는 그 이름 '두카티'-

 

 

 

-클래식한 원형 헤드라이트-

 

 

 

 

 

-강력한 제동력 브렘보 캘리퍼(솔직히 모르겠다)-

 

 

 

 

-두카티 바이크의 진리 떼르미뇨니 머플러, 배기 소리가 정말 야수같이 나온다-

 

 

두카티 몬스터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두카티 바이크는 조심히 타야 한다. 거친 야생마 같은 두카티 바이크들은 감정 조절을 하지 못하는 라이더가 올라타면 큰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그만큼 거칠고 재미나다. 

 

 

 

 

 

 

나는 약 두 달 정도 두카티 몬스터 695를 타고 내렸다. 2013년 9월 다른 자동차를 그대로 들이 받아버렸기 때문이다. 운전 중에 한눈판 내 잘못이 컷 다. 바이크를 탓할 것도 없이 내 잘못이었다. 그렇게 재미있고 위험한 두카티 몬스터 695는 폐차 신세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두카티 몬스터 S2r1000 같은 상위 모델을 가지고 싶다. 그만큼 소유욕을 자극하는 멋진 바이크다.

 

 

아차차 잊으면 안 되는 사실.

 

 

 

 

-수리비와 부품값은 결코 친절하지 않다. 두카티 바이크를 소유하려면 돈을 많이 벌거나, 이베이와 친해지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