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은 과거에 운영하던 네이버 블로그에서 옮겨온 포스팅입니다.
*과거 작성 시점 2019년 4월 19일 21시 21
지난 포스팅에 이어서...
스톡 좌우가 잘 고정된건 다행이었는데 스톡봉에 밀어 넣으니 상부가 쫙! 하고 갈라졌습니다. 접착제로 출시된 에폭시 퍼티로 붙인 곳이지만, 접합 면이 너무 얇았으니 벌어지는 힘을 버티지 못한 것이죠. 난감했습니다. 분해해서 다시 시작하자니 일이 너무 많아질 것이 불을 보듯 뻔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군시절에도 잔머리가 잘 돌아갔습니다. 임기응변은 저를 대표하는 재능(?)중 하나였습니다. 이렇게 갈라진 모습을 보고 다시 똑같이 작업해도 결과는 비슷하겠다 싶던 제 머리속을 스쳐 지나간 물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배관 보수제 '닥터 파이프'입니다. 손상된 배관이나 막대기처럼 둥근 물체에 둘둘 감아주면 단단하게 굳고, 새어나오는 압력까지 견디는 신통방통한 물건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물건과 비슷한 것을 보통 남자분들은 한번쯤 써보셨을 겁니다. 어디 말이냐면 바로 여러분의 팔이나 다리입니다
여러분의 팔이나 다리에 이 닥터파이프와 비슷한 물건을 둘둘 감아본 적이 있을 겁니다. 감이 오지 않는다면 다음 사진을 보시죠
사용법은 간단합니다. 닥터파이프를 물에 10초 정도 불리고 보수할 부위에 감아줍니다. 감아줄 때는 팽팽하게 잡아 당기면서 감습니다. 충분히 감은 뒤에는 잘 달라붙을 수 있게 물을 묻혀 표면을 마사지해줍니다. 약 30분에서 한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경화되고 굉장히 튼튼하게 달라붙습니다. 그런데 표면이 어디서 많이 본것 같지 않나요?
네. 닥터 파이프는 의료용 깁스와 원리가 같습니다. 부착 방법도 동일합니다. 의료용이나 공업용이냐의 차이일 뿐 동일합니다. 의료용 깁스도 전동 그라인더로 잘라내야할 만큼 강인한 강도를 가졌죠. 닥터 파이프는 공업용인만큼 더 강력합니다. 쪼개진 스톡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고정해버립니다.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한번 더 고민이 생겼습니다. 아무래도 붕대를 감아놓은 것 같은 모습이 거슬려서 퍼티로 평탄화 작업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말이죠. 퍼티로 작업을 해준다면 시간이 상당히 필요합니다. 저 넓은 면적을 퍼티로 바르고 말리고, 샌딩한 다음 기포제거하고 다시 퍼티 올리고 샌딩하고 서페이서 올리고... 순간 치밀어 오른 귀차니즘이 도색만 하고 끝내는 쪽으로 제 의지를 몰아갔습니다. 이렇게 해두니 야전느낌도 나고 좋다.... 이런 자기 위로를 곁들여서 말이죠
스톡봉과 결합만이 남았습니다. 여기도 난관은 있습니다. 배터리를 넣을 수 있도록 배선을 충분히 만들어 줄것, 스톡과 스톡봉을 결합하는 충분한 나사를 찾을것(기존 것은 너무 길어서 사용 불가) 전자는 배선을 연장하면 그만이고 후자는 나사를 구하면 해결됩니다. 단순한 일거리죠
배선은 연장해 줬고, 나사는 구했습니다. 나사를 넣을 구멍도 만들어 줬습니다. 이제 스톡을 도색하고 결합만 하면 끝납니다.
한달간의 작업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광학은 트리지콘 도트사이트를 얹어줬습니다. 해리슨타입 바이포드와 수직그립, 전술라이트 반대쪽에는 더미 PEQ, 총구에는 사일렌서를 달아 액세서리 장착도 끝냈습니다. 끝내고 나니 마음에 듭니다. 번들거렸던 닥터파이프도 무광색을 올리니 본체와 어울려보입니다. 이정도면 충분하다 싶습니다. (2%부족한 점은 빠른 시일내에 해결해야 겠습니다.)
#후기
예전에 이런 #공작 할 일이 있을때면 하루아침에 다 하려다가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급한 성미때문에 잠도 안자고 몰입했다가 100%로 끝낼 일을 80%선에서 마무리하고는 아쉬워하곤 했습니다. 나이먹은 뒤에는 늦더라도 수준을 높이는데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늦은 나이에 알게된게 아닐까 싶습니다만, 생각해보면 온라인에 긴 글을 쓴 것도 오랜만입니다. 예전에는 용두사미로 끝내거나 쓰는척 하다 관두는 일이 잦았습니다. 차분히 조금씩 나아가면 얻을 열매는 분명히 좋은 것임을 이번일과 같은 경험으로 알고 있으면서 쓰지 않았으니 이제는 잘 써먹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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