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포스팅은 과거에 운영하던 네이버 블로그에서 옮겨온 포스팅입니다.
*과거 작성 시점 2013년 12월 19일 14시 38분
옷을 정말 빨리 살 수 있는 세상
어릴 적에 만들던 플라모델은 하나를 조립하고 다듬고 색을 칠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으면 일주일 정교하게 작업하려면 한 달 정도 걸리곤 했다. 꽤 많은 작업과 정성을 들여야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오곤 했지. 다만 학생 신분이라 돈이 없었고 일제 제품이나 수입품 도구들이 보통이었던 플라모델을 쉽게 즐기긴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아마 비슷한 취미를 가졌던 사람은'어른이 되면 제대로 해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을 거다.
서른셋이 된 지금 어렸을 때보다 수중에 돈은 많다. 하지만 플라모델을 즐기기는 어렵다. 바쁜 사회생활을 하며 모형 하나 만들자고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때문에 플라모델을 즐겼던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도 플라모델을 즐긴다기보다는 완성품 그러니까'피겨'를 더 많이 사게 돼 곤 한다. 시간 많이 쓸 필요 없이 질 좋은 완성품을 가지질 수 있으니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다.
소비자의 이런 빠르고 간편한 소비성향을 고려했는지 모르지만, 어패럴에서도 '패스트 패션' 이라는 장르로 많은 브랜가이 생겨났고 비즈니스를 이어가고 있다. 유니클로, 자라 등 이름을 대면 다 알만한 브랜드뿐이다. 하지만 패스트패션이 옷을 입는 당사자에게 정말 적합한 방법인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제품 회전이 빠른 특성상 제조사에게 더 유리한 장르인지도 모른다.
이런 시대 속에서 나는 느리다 느린 맞춤을 선택했다.
인간의 몸은 비대칭이다. 양팔의 길이가 다르고 무게도 다르다. 오른손 잡이냐 왼손잡이냐에 따라 양팔 힘도 다르고 경우에 따라서는 어깨 높낮이도 다르다. 다들 완벽한 비율이라는 것은 없다.
대량으로 생산되는 옷은 평균적인 사이즈로 만들어져 누구에게나 '무난하게' 맞는 옷 들이다. 운이 좋다면 정말 잘 맞는 옷을 입을 수 있겠지만 '내 몸에 맞아' 라며 입는 옷들이 100% 맞는다고 볼 수는 없다.
백화점 가서 옷을 사가지고 나오는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을 투자해서 구입할 수 있는 대신
내 몸에 정말 맞는 건가? 하는 고민은 잠시 내려놓게 되는 거다. 최근의 나도 비슷한 선택을 했다. 가을용 재킷이 필요했고 백화점을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옷을 찾았으며 입어 봤다. 등을 감싸는 느낌이 살짝 작은 것 같았지만 어깨나 팔 길이를 생각해 보니 비교적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구입했다. 이 재킷을 사면서 얻은 것은 재킷뿐만이 아닌 기성복에서 내가 원하는 느낌을 가진, 편안한 옷을 찾는다는 것은 무리라는 소감이었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맞춤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마침 지인이 양복점을 준비하고 있었고, 개업 도움을 줄 겸, 제대로 맞는 슈트를 가지기도 할 겸 한 벌 맞췄다. 아마도 이게 내 맞춤옷 라이프의 시작이 될지 모른다.
기본적인 치수를 재고, 원단을 패턴에 맞춰 재단한 것을 다시 임시 봉합(가봉) 한 것을 입어, 몸에 맞게 치수를 조정한다. 일반적인 체형인 분들은 이 작업이 필요 없는 경우가 보통이지만, 나같이 특이한 체형의 경우 가봉 상태에서 꼼꼼하게 조정을 하는 것이 좋다. (내 체형은, 어깨와 등이 발달하고, 좌우 비대칭이 심하며, 팔이 길다)
바지는 정석대로 입으면 배바지처럼 골반 위로 입어야 하기 때문에 허리 치수를 정확히 재야한다. 바지가 접히면 구겨짐이 생기고 예쁘지 않다.
바지는 허벅지 부분을 신경썼다. 자전거를 제법 오래 탔는데, 덕분에 허벅지 근육이 커졌기 때문이다. 너무 달라붙는 느낌은 불편하고 옷이 찢어지는 일도 생기니, 약간 넉넉한 치수로 쟀다.
최대한 클래식하게
보통 슈트 하면 위아래 한 벌인 옷을 말한다. 그리고 재킷과 바지로 구성한 투피스가 일반적인데 이번 맞춤은 스리피스 그러니까. 재킷과 베스트(조끼), 바지 이렇게 세벌로 구성했다. 베스트가 있으면 여러모로 좋다. 셔츠가 속옷이니 재킷을 벗고 셔츠 차림으로 돌아다니기는 좀 그런데,(내의를 입지 않으니 찌찌 노출) 이점을 대비할 수 있는 아이템이 베스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베스트를 입으면 재킷 단추를 푸르고 다니기에도 부담이 없다.
맞춤정장을 입을 때는 정말 꼼꼼하게 챙겨주는 테일러가. 중요하다. 지인이라서가 아니고 프로정신으로 꼼꼼하게 챙겨주는 지인 덕에 치수를 재고 가봉한 뒤, 재검토하는 시간이 좀 걸렸지만 만족감이 높았다.
이번에 치수를 재면서 내 몸에 대해서 더 알게되었는데, 제법 비대칭이 심했다. 어깨 좌우 높이가 다른 척추측만증 비대칭과 함께, 견갑골 부분의 근육 발달이 달라 등 좌우 두께가 다르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아무리 기성복을 입어도 목선이 붕 뜨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었다. 결국 이 문제는 이번 맞춤정장 숍에서 특별하게 진행한 묘수로 해결했다.
최대한 만족할 수 있도록
슈트를 오래 입은 사람은 흔히 잘 감긴다는 말을 하곤 한다. 정말 몸에 잘 맞는 재킷을 걸칠 때 몸에 감기듯이 떨어지는 그 느낌은 느껴본 사람만이 안다. ‘아 정말 잘 맞는다’ 라는 감탄과 함께 기분 좋은 여운이 남는… 이번 맞춤을 할 때는 잘 몰랐다. 하지만 완성품이 나왔을 때는 확실히 달랐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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