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많은 이들이 본인 차량 조작에 대해 잘 모릅니다.
예를 들어 후면 유리 열선을 켜면 사이드미러 열선도 작동하는 따위의 기능들 말입니다. 아! 이것도 있네요 핸들 왼쪽에 있는 레버를 위로 올리거나 아래로 내리면 방향지시등이 켜집니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다른 운전자에게 내가 어디로 향할지 알려주는 편리한 기능이죠. 도로에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아무튼 이런 기능들이 잘 설명되어 있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설명서’입니다. 물건을 사면 따라오는 설명서에는 그 물건을 다루는데 필요한 내용이 알차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카메라도 다르지 않습니다. 카메라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질문들 대부분은 설명서만 읽어봐도 해결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예컨대 ‘사진이 어둡게 나와요’ 같은 질문은 설명서에 있는 ‘노출’을 살펴보면 됩니다. 노출은 구도와 함께 사진을 찍는 데 있어 알파벳과 같은 지위에 있으니 설명서를 읽어만 봐도 사진 기초 공부는 할 수 있겠군요.
"사용자 설명서"
(설명서는 꼭 읽어봅시다. 당신은 제조사 보다 모릅니다)
전문가를 위한 프로그램도 다를 것이 없습니다. 프로라고 해도 처음 다루는 프로그램의 모든 기능을 찾아 사용하긴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설명서를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설명서가 읽는 이를 애틋하게 배려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서점에는 많은 길잡이들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살펴본 ‘사진가를 위한 캡쳐원 가이드북’도 그중 하나입니다. 사진 보정 프로그램인 캡쳐원 프로를 다루는 방법이 정리된 책으로는 유일합니다. 그만큼 그간 전문적인 소개서에 목말라했던 캡쳐원 프로 사용자에게 내린 단비와도 같습니다.
보정을 해야 할 것인가 말아야 하나...
디지털 사진에 입문했거나 즐기고 있는 사람이라면 끝이 없는 화두지요. 저는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제게 사진은 순간의 기록과 동시에 제 주장을 표현하는 수단 중 하나입니다. 그러니 결과물은 촬영자의 의도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카메라로만 그 의도를 완전히 반영하기는 어렵지요. 그러니 제게 보정 작업은 꼭 필요한 일입니다. 필름 카메라가 대세였던 시절에도 보정이 있었습니다.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하면서 닷징이나 버닝 등의 보정을 해 최종 결과물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사진 후보정은 예나 지금이나 사진을 찍는다면 하는 일인 셈입니다.
그럼 디지털 사진 보정은 무엇으로 해야 하나요?
디지털카메라 시대에 들어와 널리 쓰인 보정 프로그램은 단연 포토샵입니다. 포토샵은 영화가 낳은 프로그램입니다. 제임스 캐머룬 감독의 영화 '어비스'에서 쓰인 물기둥 CG가 포토샵으로 한 땀 한 땀 다듬어낸 장면입니다.
로버트 저맥키스 감독의 포레스트 검프에도 쓰였습니다. 살아있는 톰 행크스가 죽은 J.F.K와 악수하는 등의 장면에 쓰였습니다. 어도비사의 포토샵은 2000년 초반 인터넷 폭발 시대에 급격히 성장했습니다. 수많은 짤방을 낳는데 일조했고, 웹 디자이너도 아닌 사람들이 ‘누끼 따는’일 정도는 할 줄 알게 만들었습니다. 대부분 불법 복제된 포토샵을 사용했을 테지만 말입니다. 어찌나 대중적인지 '뽀샵'이란 표현이 관용어구가 되었지요.
포토샵의 강력한 기능은 사진 후보정에 널리 쓰였습니다. 다만, 이미지 편집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인 탓에 사진을 관리하거나 사진만을 위한 보정을 재빠르게 하는 데는 쉽지 않았습니다. 이런 한계를 인식했는지 어도비는 2006년에 라이트룸을 출시합니다. 포토샵에서 사진을 보정하는데 필요한 기능을 추리고, 관리 기능을 추가해 오직 사진가를 위한 프로그램이 되었습니다. 특히 사진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니 취미와 프로 영역을 넘나들며 활약하기 시작합니다.
캡쳐원 프로는 라이트룸과 함께 사진 관리 보정 툴입니다. 양대 산맥이죠. 본래 중형 카메라인 페이즈 원으로 촬영한 RAW 파일을 편집할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캡쳐원 프로는 전문가를 위한 기능을 중심으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라이트룸은 사진가 사이에서는 대중적인 프로그램입니다. 그러다 보니 시중에 관련 서적들도 많죠. 캡쳐원 프로는 사진가들 사이에서도 비주류 프로그램입니다. 그러니 가볍게 읽을 소개서조차 없었습니다. ‘사진가를 위한 캡쳐원 가이드북’은 저처럼 캡쳐원을 쓰고 있지만, 잠재력을 끌어내지 못하는 사진가를 위한 책입니다. 알고 있던 기능은 더 자세히 모르고 있던 기능은 쉽게 사용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됩니다.
'사진가를 위한 캡쳐원 가이드북’은 어떤 책인가요?'
“캡쳐원을 잘 다루고 싶다면, 이 책을 사서 컴퓨터 옆에 놓아두십시오”라고 말하겠습니다. 캡쳐원 프로 사용법을 다룬 우리말 서적은 이 책이 유일합니다.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제가 이 책으로 바라는 것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모르던 기능을 알 수 있도록 정리가 되어 있는가. 둘째, 알고 있는 기능을 더 잘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는가. 마지막으로 '예제는 풍부한가?'였습니다. 정리하면 분량과 편의성 그리고 학습 관점에서 살펴봤습니다.
첫째, 이 책은 총 510페이지입니다. 캡쳐원 프로에서 이용할 수 있는 기능 모두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목차만 살펴봐도 몰랐던 기능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둘째, 편의성 면에서는 아쉽습니다. 목차는 알차게 준비되어 있지만, 빠르게 찾아볼 수 있는 색인이나 태깅 디자인이 적용 되었더라면 더 좋았겠다 싶습니다.
셋째, 예제는 알차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특히 제가 고민하던 컬러 조절과 다중 합성 작업 등 이론은 알지만, 적용이 어려웠든 활용법에 대해 예제가 알차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아쉬운 점을 사족으로 짚어 보면 가독성입니다. 모든 페이지가 광택지로 인쇄되어서 실내조명을 반사됩니다. 반사광 탓에 읽기 어려울 때가 가끔 있습니다. 실용적 측면과 함께 좀 더 UI, UX 차원에서 쓰였으면 좋았. 싶습니다.
카메라는 사진가의 마음을 읽을 수 없습니다. 결국 내 의도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서는 사진을 다루는 도구에 능숙해야 합니다. 그 도구가 라이트룸이든 캡쳐원 프로든 상관없습니다. ‘사진가를 위한 캡쳐원 가이드북’은 캡쳐원 프로 사용자들의 사진을 더 좋은 결과물로 다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캡쳐원을 사용하신다면 꼭 권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 점수는요..."
"발 다섯에 '셋 반'입니다"
'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평-'한석준의 말하기 수업' 긍정과 부정사이 (0) | 2024.08.16 |
---|---|
서평-글쓰기를 잘하고 싶다면 추천합니다. '일이 끊겨서 글을 씁니다' (0) | 2024.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