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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서평-글쓰기를 잘하고 싶다면 추천합니다. '일이 끊겨서 글을 씁니다'

코로나로 삶이 무너졌다는 말은 지겹지만 현재 진행형이다. 2020년 2월 즈음부터 시작된 시대는, 3~4개월 정도 쉬면 될 것 같았지만, 개뿔! 인간의 기대는 우습다는 듯이 2021년 8월에도 여전했다. 

나 역시 코로나 팬데믹에 크게 영향을 받은 사람 중 하나다. 프리랜서 강사, 전문 사회자 등이 내 명함에 적혀있는 직업인데, 사람을 모으고 얼굴을 맞대야 하는 직업이니 말이다. 김미경, 김창옥 강사 같은 스타급도 매출이 '0'원이 되었다는데, 나 같은 무명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강사 업계뿐일까? 요식업부터 웨딩업계, 행사, 공연업계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버티는 사람이 진짜 센 놈이라는 명언(?)을 씹으며 버틸 수밖에 없었다. 씀씀이는 줄이고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하며, 시대에 맞는 수익 모델을 고민했다. 내게는 여기에 더한 일이 생겼는데, 바로 '육아'였다. 물리적인 시간을 쏟아부어야 하는 육아까지 해야 했으니, 부족한 시간을 떠 쪼갤 수밖에 없었다. 손대기 어려웠던 일은 과감히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강사 직업을 유지하며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글쓰기였다. 업력으로나 나이로나 한참 선배인 저자 유정식 작가 역시 같았던 모양이다. 유정식 작가는 경영 분야의 강사와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대면 업무 특성상 코로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고 책 제목처럼 일이 끊긴 모양이다. 연륜은 이런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법일 테니, 그는 글을 썼고 버텼다. 그 결과물이 책 '일이 끊겨서 글을 씁니다'였다. 이 책은 제목만 보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책을 선택한 이유라면 아무래도 일이 끊겨버렸다는 제목에서 느낄 수밖에 없던 동질감이 아니었나 싶다. 급하게 책을 주문했고 이틀 만에 도착했으며, 생각보다 더 즐겁게 집중하며 읽을 수 있었다. 

강사는 이론을 전하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론을 수강생이 체득하게 만들고 행동까지 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생활에서 겪은 경험담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론을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유명 강사의 강의는 수다스럽다고 느낄 정도로 이야기가 많이 쓰인다. 이 책 역시 그랬다. 제목만 보면 일이 끊겨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에게 탈출법을 제시하는 길잡이 같지만, 일이 끊긴 뒤 경험한 이야기로 전문분야에 대한 인사이트를 펼친다. 특히 전반부인 '일이 끊겨서 TV를 봅니다'에는 넷플릭스 드라마나 영화를 소재로 경영과 리더십에 대한 본인의 소신을 흡입력 있는 필체로 펼쳐낸다. 

책 초반부의 '한낱 중위가 장군에게 대든 이유' 편에서는 전문가의 말을 경청하는 리더의 자세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빌 게이츠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새롭고 커 다른 문제를 접하면 항상 같은 방식으로 대처했다. 바로 '두 개의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 나는 이 방법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사용했었고 아직도 쓰고 있다. 나는 코로나19에 대해서도 이 두 개의 질문을 정말로 매일같이 던지고 있다. 두 개의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누가 이런 문제를 잘 다뤘었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지금 내게 필요한 질문도 저 두 가지 물음일지 모른다. 이렇게 이 책은 어렴풋한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생각은 비슷하지만 결국 실행하는 사람과 행동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더라. 이제 코로나 시대는 끝났지만 무한 경쟁 시대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한 사람에게 길잡이가 될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달려야만 산다. 자본주의는 소비를 전제로 하는 체제이며 인간의 욕망은 끊임없이 변한다. 자영업자든 프리랜서이든 그 무한 열차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와 행동을 안 할 수 없는 것이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 것처럼 나 역시 말로만 떠들고 행동하지 못했지만, 이참에 해봐야겠다. 적어도 마누라에게 포르쉐 마칸을 사주겠다고 한 약속은 지키고 싶다.

유정식 작가의 '일이 끊겨서 글을 씁니다.'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