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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칸야마 T-SITE를 만든 서점, 츠타야를 만나다 – 일본 여행자를 위한 인터뷰생활 2025. 4. 25. 21:08
일본에가면 일부러 시간 내어 꼭 들르는 곳들이 있는데, 츠타야 서점도 그중 하나다. 일어는 까막눈이라 책을 읽을 수 없으면서도 찾는 이유는 '사진집' 때문이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교보문고에서도 사진집 코너를 따로 보기 어려울 정도인데 츠타야는 다르다. 사진집의 종류부터 분량까지 그 무게가 다르다. 지난 여행에서도 츠타야를 들렀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로운 사진집과 마주했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다양한 서적을 다루는 츠타야에 대해 한 번도 알아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츠타야에게 직접 물어봤다.
* 이 인터뷰는 브랜드 츠타야 서점을을 인격화해 진행한 가상의 인터뷰입니다. 사실관계와 다른 부분(특히 제품 기획 등에 관한 서술)이 있을 수 있으니 감안하시고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1. 안녕하세요. 츠타야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일본에서 시작된 라이프스타일 편집형 서점, 츠타야입니다. 제가 태어난 건 1983년, 오사카에서였어요. 그곳에서 첫 매장 문을 열고,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닌 ‘문화가 흐르는 공간’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해왔습니다.
그 질문에 답하면서 책은 물론 음악, 영화, 사진, 디자인, 여행, 커피 까지, 우리가 사는 삶의 전반적인 ‘취향’을 함께 다루게 되었습니다. 자기소개 차원에서 저를 한 마디로 정의 하자면 아무래도 '사람이 머무를 수 있는 감성의 공간' 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 창립자가 마쓰다 무네아키님이죠? 그는 어떤 사람인가요?
마스다 무네아키... 그 이름을 들으면 많은 생각이 떠오르네요. 그를 한 마디로 정의 하자면 '기획하는 사람'이라고 하는게 적절할 것 같아요. 그는 기존의 유통 개념을 깨뜨리고, 문화를 공간에 녹여내고자 했던 사람이었죠.
마쓰다 무네아키 제가 지켜본 그는 '정보가 아니라 취향으로 움직인다'는 철학이 확고했습니다. 그래서 책을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사람이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감정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여기곤 했습니다. 특히 '책의 선택은 인생의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는 믿음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저를 설계할 때 단순히 책을 진열하는 공간 보다는, 고객이 자신도 몰랐던 관심과 감정을 만나는 무대가 되도록 설계한 것 같아요.
3. 츠타야는 왜 복합 문화 공간을 지향하게 되었나요?
대부분의 시작이 그렇듯이 시작은 단순했습니다. 저 역시 흔한 서점으로 출발했죠. 다만 곧 책은 고립된 콘텐츠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사람이 여행 에세이를 읽고 싶을 때, 독자는 글에 어울리는 음악, 향기, 풍경도 함께 상상하게 됩니다. 여기에 어울리는 분위기나, 그 생각에 집중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더해지면 어떨까요? 저는 이런 배경으로 ‘책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의 그릇’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긴자 츠타야서점 책과 음악, 커피와 디자인, 사진과 영화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공간. 그 안에서 사람은 ‘무엇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느끼는가’를 중심으로 움직이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문화는 생명체처럼 변화하듯이, 츠타야도 하나의 생명처럼 자라나고 변화하며 진화할 겁니다.
4. 사람들이 츠타야를 찾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저는 ‘무언가를 사야 한다’는 목적이 없어도 좋은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찾아와 주시는 분들은 아마도 자신만의 시간을 위해서이지 않을까 합니다. 어떤 이는 영감을 위해, 다른 누군가는 회복을 위해, 그냥 ‘머물기 위해’ 찾기도 하겠죠. 책장에서 눈길이 닿은 한 권의 책이 오늘 하루를 바꿔줄 수 있고,
긴자 츠타야서점 그 책을 들고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오래된 기억을 꺼내는 단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 여기 앉아 있어도 괜찮다' 는 감정을 전하기, 이것이 사람들이 저를 찾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
5. 창업 이후로 많은 일들이 있었을 텐데요, 그 중에 기억에 남는 변곡점이 있다면요?
2011년 도쿄 다이칸야마에 문을 연 ‘T-SITE’ 프로젝트가 저에게 큰 전환점이었습니다. 그곳은 서점이라기 보다는 ‘책을 매개로 한 마을’이었습니다. 마을은 세 채의 건물이 숲처럼 이어지고, 그 사이로 사람들은 조용히 걸을 수 있었죠.
츠타야 다이칸야마점 책을 고르고, LP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고, 사진전을 보고,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고르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 모든 장면이 ‘읽기’의 확장이었습니다. 그 뒤로 사람들이 그곳을 찾으며 ‘서점이 이렇게까지 될 수 있구나’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 말이, 제게 또 다른 다음의 가능성을 열어주었죠. 아마도 이 프로젝트가 제게 도드라지는 변곡점이었을 겁니다.
6. 디지털 기술의 시대, 츠타야는 어떻게 변화할 계획인가요?
인간의 역사를 살펴보면 생활을 뒤흔들 정도의 기술이 출현할 때마다 문화를 바꿔왔습니다. 그 기술과 정면으로 대결하려던 것들은 살아남지 못했어요. 오히려 기술을 통해 변화를 꾀한 이들이 오늘날까지 남았습니다. 이 맥락에서 츠타야는 기술을 배제하지 않습니다. 다만, 기술이 감성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긴자 츠타야 서점에는 조용히 서가를 탐색하는 고객을 볼 수 있다. AI 큐레이션, 온라인 통합 플랫폼, 디지털 콘텐츠 연계 등의 기술이니 새로운 기법은 모두 사람의 선택을 섬세하게 돕기 위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츠타야의 몫은 이 도구를 어떻게 사용할지, 제가 중심이라 여기는 '공간'을 어떻게 이롭게 할지에 대한 고민일 겁니다. 결국 츠타야의 정신인 공간을 인간의 더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변화하고 싶습니다.
7. 츠타야 서점의 해외 진출 전략도 궁금합니다.
해외 진출에 대해 고민하면서 다른 브랜드의 사례로 스터디를 진행해보니 실패한 사례들의 특징이 명확했습니다. 바로 '국가 이미지'를 수출하려했던 점입니다. 현지화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적인 '우리것이 좋으니 한 번 잡솨바'라는 식이랄까요? 그러니 아무래도 현지인의 저항감에 백기를 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츠타야는 굳이 '일본을 수출'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좋은 점을 강조해도 국가간 호불호가 있고, 현지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점도 있을테니 말이죠. 츠타야의 해외 진출 전략은 '현지인 삶 속으로 스며들기'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대만 타이중 매장은 그 지역의 자연주의 감성과 도시인의 감각을 반영해 설계했지요. 구체적으로 책과 문구류, 디자인 제품 외에도 아이를 위한 체험 공간과 현지 작가 코너를 강화하는 쪽으로 설계 했습니다.
츠타야 상하이점 중국 상하이점은, 트렌디한 감각을 중시하는 젊은 층을 위해 패션, 아트, 디지털 콘텐츠와의 연계를 확대했고, 디자인 중심의 제품 구성을 통해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했어요.
츠타야 말레이시아점 그리고 말레이시아 클랑밸리 지역에 문을 연 츠타야 북스는 영어권 및 다언어 고객을 고려한 다국어 콘텐츠 구성, 동남아 현지 출판 콘텐츠와 일본식 큐레이션의 접점을 실험한 공간입니다.
제가 해외로 나갈때 집중하는 핵심 전략은 ‘전국 어디서나 같은 츠타야’가 아니라, ‘현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츠타야’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각 지점은 모두 다르지만, 그 안에 흐르는 철학은 동일합니다. 바로 ‘사람의 취향을 존중하고, 공간을 통해 삶을 제안한다’는 것입니다.
8. 일본 내 매장 중 한 곳만 추천해주신다면요?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모든 매장이 소중하니까요. 그럼에도 하나를 고르라면, 다이칸야마 T-SITE를 추천합니다. 츠타야의 철학, 큐레이션, 공간미학, 그리고 ‘사람이 머무는 감각’이 모두 담겨 있는 공간입니다.
건축 자체가 조용한 감정을 가지고 있고, 그 안의 책과 음악, 카페는 모두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가장 츠타야다운 곳을 권해달라면, 그 답은 언제나 다이칸야마로 하겠습니다.
9. 츠타야에서 꼭 해봐야 할 일이 있다면?
계획 없이 책장을 천천히 걸어보세요. 책장을 훑어보다 시선이 멈춘 책 한 권을 들고 카페에 가보세요. 그 책이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말을 전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 속에서, 당신은 스스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될수도 있을 겁니다. 이것이 제가 드리고 싶은 '츠타야와 함께하는 하루' 입니다.
10. 전 세계의 츠타야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속도와 효율이 당연해진 시대에, 츠타야는 ‘천천히 감각하는 일’의 가치를 믿습니다.디지털 콘텐츠가 넘치는 세상이 되었지만, 여전히 책은 살아 있습니다. 그 속엔 문장도 있고, 감정도 있고,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자와 대화도 나눌 수 있죠.
츠타야는 앞으로도 사람의 취향과 삶을 존중하는 문화의 장소로 남겠습니다.당신이 어디에 있든, 당신의 취향을 찾는 그 순간 그곳은 아마 츠타야일 겁니다. 한 권의 책, 한 곡의 음악, 한 잔의 커피가 하루를 바꾸는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츠타야는 앞으로 그런 하루를 위해 여러분을 위한 무대를 준비하겠습니다. 오늘도 당신이 당신을 위한 취향을 찾기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