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펠프스가 인어의 왕좌에 등극한 건 그의 피지컬 때문이었을까요?
한 가지 이유를 콕 짚어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있습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물속은 세상 어디보다도 편안한 장소’ 였다는 점이죠. 땅 위보다 편안함을 느끼는 물속에서는 시간 가는 줄 몰랐을 테고 일부러 연습하기보다는 즐겼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인어가 되었을지 모르지요.
저는 운동신경이 신통치 않습니다. 그 왜 있잖아요. 친구들과 축구를 하면 공은 만져보지도 못했는데 넘어지고 다치는 사람. 제가 딱 그랬습니다. 오죽하면 슬램덩크 신드롬에 빠졌던 고교 때도 리바운드 하겠다고 뛰어올랐다가 손가락을 다치거나 헤딩을 했지요. 그래서 스포츠, 그중에서도 구기 종목은 제 관심사 밖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운동과 담을 쌓지는 않았습니다. 98년도에 수능을 보고 찾았던 헬스클럽은 제게 잘 맞았거든요. 그때였습니다. ‘스스로를 단련’하는 분야와 저는 궁합이 맞는다는 걸 알았지요. 예컨대 사이클, 러닝, 실내 암벽등반 등이 그것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운동이라면 ‘수영’입니다.
수영을 좋아하는 이유라면 마이클 펠프스와 같다고나 할까요? 물속이 편안합니다. 물에 떠 있으면 세상 근심 사라지고 좋아요. 그래서 정식으로 수영을 배우기 전에도 어설프게나마 헤엄을 칠 수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기회만 되면 수영장을 찾았지요. 결혼을 하기 전에도 수영장을 찾아다녔습니다. 봉천동에 살 때는 낙성대에 있던 구민체육관으로, 천호동에 살 때는 광진구에 있던 구민체육관을 찾았습니다. 해방촌에 살 때는 녹사평역 근처에 있는 수영장에 다녔지요. 결혼 이후로는 인연이 닿지 못했습니다. 신혼집 근처에 갈만한 수영장이 없기도 했고 3년 전에는 딸아이들이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아이들 깰지도 모르는데 집을 비울 수가 없었거든요. 셈을 해보면 5년 정도는 물안경을 쓰지 못했네요. 비로소 오늘 그 기록을 깼습니다.
바로 수원 광교복합체육센터를 알았거든요.
지난주에 아내와 아이들 데리고 광교 호수공원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큰 건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침 신호대기하면서 봤는데 수원 광교복합체육센터라고 간판이 붙어 있었습니다. 저런 건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곳이었어요. 건물이 웅장해 보여 수영장이 있겠다 싶었습니다.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2022년 12월에 개관했다고 합니다. 어쩐지 건물이 새거다 싶었습니다. 이 체육시설을 6개월 만에 알아봤으니 저도 참 눈썰미가 나쁜 모양입니다.
홈페이지의 시설 이용안내를 보니, 공공기관 체육시설답게 하루 이용료가 저렴합니다. 1일 1회 1시간 자유수영 이용료가 4,000원입니다. 이 비용이면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찾기 딱 좋겠다 싶었습니다. 수영장답게 새벽 6시부터 운영합니다. 특별한 점은 보통 다른 구민체육관은 새벽 한차례 오후 한차례 저녁 한차례 이런 식으로 자유수영이 가능한데 이곳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자유수영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보통 구민체육관은 수익 목적으로 강습 프로그램 운영에 집중합니다. 그래서 자유수영에는 인색한 편이지요. 자유수영 레인을 하나만 운영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종일 오전, 오후, 저녁 각각 한 번씩 총 세 번 만 운영하기도 합니다.(한 시간씩) 그리고 텃세에 시달릴 때도 있습니다. 강습을 끊어두고 자유수영하시는 노인분들이 강습 레인을 벗어나 자유수영 레인을 이용하면서 '여기는 원래 이렇다'라고 불편을 기치기도 하죠. 저처럼 자유 수영만 하는 사람에게는 신경 쓰일 점들입니다. 이 모든 것이 광교복합체육센터에는 없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새벽 6시에 다녀왔습니다.
시설은 깨끗했습니다. 주차자리도 넉넉했습니다. 라커룸은 전자키 방식에 샤워실도 넓고 건식 사우나도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수영복을 말릴 탈수기는 두 대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수영복을 꺼내 입고 수영모를 쓰고 수영장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50m 레인"
레인이 무려 50m였습니다. 서울에 있는 수영장은 25m 레인이 일반적입니다. 이곳은 광활한 그러니까 정식 수영경기를 해도 충분한 50m 레인이었습니다. 이게 뭐 대수인가 하실 분도 있을 겁니다. 유산소 운동으로 수영을 할 때 보통 1,000m 정도를 목표로 삼습니다. 25m 레인에서는 40번을 왕복해야 합니다. 50m 레인이니 절반으로 줄어드는 셈이지요. 특히 25m에서는 스퍼트를 낸다 싶으면 레인이 끝납니다. 50m 레인은 넉넉히 달릴 수 있는 공간이지요. 오늘은 몇 년 만에 찾은 수영장이라 500m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근육에 금세 젖산이 쌓이더군요. 그럼에도 또 와야겠다 싶었습니다.
주차는 별도의 정산이 필요했습니다. 수영장 이용한다고 무조건 할인해 주지는 않았습니다. 30분 이내에 출차를 하면 1,000원이었습니다. 그러니 수영장 이용료 4,000원에 별도의 주차비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 체육관의 다른 특별한 점은 아이스 링크장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링크장 규모는 보질 못했지만, 체육관 규모를 볼 때 작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아내는 결혼 전에 피겨스케이팅 취미가 있었는데 그 프로그램도 있을 것 같아 추천하려 합니다.
수영과의 인연을 점선처럼 쌓아왔습니다. 그 시간 속에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거스르기보다는 물살에 몸을 맡기는 것이 오랫동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강한 팔 동작으로는 빠르고 힘차게 앞으로 나갈 수 있지만 금세 지치는 것처럼요. 나이 마흔 중반이 되어보니 삶도 그렇게 보입니다. 물살을 거스르려 하지 말고 물과 하나가 되어 이용하면서 나아가야 오랜 시간 물속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수원 광교, 용인 수지 인근 주민분들에게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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